추억을 꺼내며
글은 저에게 유일한 표현이었어요. 하얀 여백은 늘 묵묵히 제 맘을 들어주고 담아주었습니다. 언제부터가 시작이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늘 고요한 자정이 넘은 시간에 노트나 컴퓨터 앞에 앉아 백지에 제 마음을 뱉어내고는 했습니다. 이 글자들의 조합으로 내 맘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어도 작은 숟가락으로 떠서 다른 그릇으로 옮기듯, 어떤 마음들은 글로 덜어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웠어요. 그렇게 10년간 덜어낸 마음들을 한 몸으로 엮게 되었네요.
20대를 돌아보면 가장 큰 고민은 꿈과 일 그리고 그것들을 가려버릴 정도의 사랑이었어요. 크고 무거웠고, 뜨거웠지만 온전히 건네지지 않는 답답함과 소통의 어려움,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 등으로 서툴고 실패하는 사랑의 과정에서 늘 너무 외로웠습니다. 그 외로운 마음을 온전히 들어준 것이 이 백지였어요.
온통 사랑뿐이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혹자들은 철없고 한심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까맣게 태운 그 무모한 마음들이 가끔 저의 짧은 삶을 돌아보았을 때, 한없이 반짝이고 풍요롭게 합니다.
지금도 저는 사랑을 좇습니다. 끊임없이 원하고 사랑하며 물러서지 않고 발 담금 합니다. 어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나이가 한참이 지났지만, 저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 혹독한 혼돈에 끝이 있다고 믿었던 것은 부질없었죠. 관으로 들어가는 그 날까지 울렁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버렸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휴지기에 있던 아픔들이 다시 살아나 꽤 아프기도 했습니다.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그곳이 어느 공간이든 누구든 간에. 이 진하고 맛없는 못생긴 초콜릿이 누구 가도 먹어 본 맛이기를 바라며…. 꼭, 표현되지 않아도 가슴으로 녹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두에게, 이 글을 올립니다.
전소민 드림.
Taking out memories
Writing was my only outlet for expression. The blank page has always been a patient listener to my innermost thoughts, taking them in and holding them in silence. I can't recall exactly when this habit started, but I would frequently sit before a notebook or computer in the stillness of the midnight hour, and spill my heart onto the blank sheet before me. Although I knew that not all of my emotions could be fully captured in the letters and words that filled the page, just as scooping and transferring small portions of food to another dish lightens the load, I felt my heart grow lighter after recording some of my feelings in writing. Over the past decade, these collected emotions have come together as one.